소비자단체와 KT가 개인 인터넷사용자의 IP(인터넷프로토콜)공유기 사용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IP공유기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소비자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는 23일 `KT의 공유기 사용금지 조치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KT의 IP공유기 사용금지 조치는 초고속망을 이용하는 일반이용자의 공동 이해가 걸려있는 중요한 통신소비자 문제"라며 약관위반ㆍ트래픽 증가 등 KT의 IP공유기 사용금지 근거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특히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의 공유기 사용에 대한 KT 금지조치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비영리 목적의) 개인 또는 가구별 사용자가 IP공유기 등을 사용, 이용자 편의환경을 구축하는 것에 대해서도 KT가 금지조치를 내리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를 소비자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고 이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KT가 향후 기업체를 시작으로 IP공유기 사용금지 범위를 개인 및 가구별 사용자까지 확대할 경우 IP공유기 문제가 소비자단체와 KT간 갈등의 핵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KT가 일단의 여론의 동향을 주시하겠지만, 실질적으로 영리와 비영리 사용의 구분이 불명확한 데다 매출확대 차원에선 개인 및 가구별 사용자의 IP공유기 사용도 차단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KT는 IP공유기 사용금지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자 이달 중 실시할 예정이던 기업 고객에 대한 IP공유기 사용실태 조사를 다소 늦추는 등 완급조절에 나섰다.
하지만 KT 관계자는 "개인에겐 IP공유기 사용을 허용하고, 기업체엔 금지하는 것을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개인과 기업체에 관계없이 IP공유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KT는 다음달 중순까지 IP공유기 사용이 의심되는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완료하고 관련 부서간 협의를 통해 공문발송·회선제공 차단 등 단계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KT는 특히 추가 IP수를 줄이는 대신 추가 IP할당비용을 기존 1만 5000원에서 대폭 깍아줌으로써 기존 IP공유기를 사용하던 기업체 및 개인 고객들의 양성화를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전문가는 "기업체과 개인을 구별해 IP공유기 사용을 금지하자는 소비자 단체의 입장은 소기업·소호 등이 IP공유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며 "현상태로는 KT도 개인소비자의 IP공유기 사용을 묵인하기 어려운 만큼 양측의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KT가 유무선 통신 사업자간 상호 접속료 조정으로 고객들에게 환급해야 할 돈 570여억원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 9일 유무선 통신 사업자간 상호 접속료를 조정했다.
상호 접속료란 LM(유선전화에서 이동전화), MM(이동전화에서 이동전화), ML(이동전화에서 유선전화) 통화가 각각 발생할 때 사업자간에 지불하는 접속료로 연말에 서로 정산하도록 돼 있다.
이번 접속요율 조정으로 KT가 SKT, KTF, LGT등 무선 사업자들에게 지불하는 접속요율은 지난해 분당 44.34원에서 올해는 분당 39.15원으로 11.7% 인하됐다.
정통부는 이로 인해 KT가 올해 유선 사업자들에게 지급해야하는 접속료 총액이 지난 해에 비해 856억원 정도 줄어들게 됐다고 밝혔다.
정통부는 이를 반영해 9월부터 소비자들의 LM요금을 현행 10초당 15.83원에서 15.5원으로 2.2%가량 인하한다고 밝혔다.
KT는 유선사업자들에게 지불하는 접속료에다가 자체 원가를 더해 가입자들로부터 LM요금을 징수하고 있는데 올들어 지금까지는 인하되기 이전의 접속요율을 기준으로 요금을 부과해왔다.
통신 사업자들간의 접속료 정산은 1월부터 소급적용된다.
즉 KT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접속료 인하 이전의 요율을 적용해 고객들에게 요금을 걷고도 연말 정산때는 인하 이후의 요율에 따라 무선 사업자들에게 접속료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KT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초과 징수한 LM요금을 고객들에게 환급해야하게 됐다.
KT가 가입자들에게 돌려줘야 되는 돈은 올해 상호 접속료 지급 감소액 856억원의 2/3인 570여억원으로 가입자 1인당 평균 2600원 정도로 추산된다.
KT는 그러나 이 돈을 가입자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무료 통화 제공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통부도 이를 승인했다.
가입자들에게 돌려줘야 한 돈을 무료통화 제공으로 대체
정통부는 한술 더 떠 상호 접속료 조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요금 인하 요인을 모두 다 가입자 요금 인하로 반영하지 않고 그 차액만큼 추가로 무료 통화를 제공하는 방안까지 승인했다.
정통부는 상호 접속료 조정으로 인해 KT가 유선사업자들에게 지불하는 접속요율이 11.7% 인하됐으나 9월부터 인하되는 KT 가입자의 LM 요금은 2.2%만 인하하기로 했다.
KT는 가입자들에게 이미 걷어들인 접속료 초과 부과분과 향후 발생할 초과 징수분을 합해 9월부터 내년 11월까지 15개월 동안 매월 5분간 LM 통화를 제공하기로 했다.
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올들어 8월까지 KT가 초과 징수한 접속료는 가입자들에게 개별적으로 환급해야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계산 방법이 복잡해 일일이 정산하기에는 또 다른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해 무료 통화 제공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정통부 실무 담당자는 "향후 발생하게 되는 KT의 접속료 초과 징수분을 모두 요금 인하에 반영할 경우 LM 요금(조정 이후 10초당 15.5원)이 시외 전화 요금(10초당 14.5원)보다 더 싸지게 돼 유선 사업자들의 경쟁환경을 고려해 일부만 요금인하로 반영하고 일부는 무료 통화제공으로 돌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KT 가입자 중 해외 이주나 하나로 통신으로 번호이동, 중도 해지자 등은 마땅히 돌려 받아야 할 요금을 받지 못하게 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이주나 번호이동, 중도해지자는 못 받아
KT가 이처럼 가입자에게 돌려줘야할 요금을 환급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1월에 접속료율이 조정돼 KT가 유선 사업자들에게 지급하는 접속료가 연간 1100억원 정도 줄어들었으나 KT는 10개월간 매월 6분씩의 LM 무료 통화로 대치했다.
당시 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접속료 인하로 인해 KT가 초과 징수한 LM요금을 가입자들에게 환급해야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내년부터는 연초에 접속료를 조정해 가입자들로부터 초과 징수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없애거나 개별 환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올해도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통부가 소비자 편익을 외면한 채 KT의 경영 편의만 고려하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CBS경제부 한준부기자 hjb@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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